* 코로나19때문에 해외여행이 모두 막혀버린것과 다를바 없지만 슬슬 다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런 마음을 달래고 또 여행기를 기록하고자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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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영국에서 1년 넘게 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쉽게 오지 않는 시간이라 여겨 마음 속에 저장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등산이나 트레킹을 좋아하는 내게 "Coast To Coast Walk"라는 트레킹 코스를 발견했다.
14일이면 횡단할 수 있다고 하니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장거리 종주에다가 잉글랜드의 서해와 동해를 잇는 횡단코스여서 더더욱 마음이 끌렸다. 잉글랜드 북부를 횡단하는 경험은 영국에 건너가 사는 이민자들도 해본 사람이 많지 않을거라는 짐작도 해봤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를 했다.
아내는 본디 트레킹은 해본 이력이 없고 체력도 그만큼 되지 않아 걱정이 앞서 나왔지만 나와 똑같은 생각으로 동반 출정하기로 한것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Coast To Coast Walk라 함은 잉글랜드 북부지역을 가로지르는 트레킹 코스를 가리키는 듯 하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대학교가 있던 길을 그냥 대학로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단어 선점의 효과라과 봐야하지 않을까.
자료를 조사해보니 일반적으로 서해(Irish Sea)에서 출발해 동해(North Sea)로 도착하는 일정으로 잡고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잉글랜드의 세개의 국립공원을 지나쳐 가게 된다.
1973년 알프레드 웨인라이트(Alfred Wainwright)가 그의 저서에서 소개한 것이 처음이고 영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리하거나 보호하지도 않는 306Km(또는 293Km) 거리의 횡단구간이다. 이렇다보니 또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 영국인들의 사고방식때문인지 이정표나 알림판이 요소요소에 서있거나 정말정말 낡은 채로 트레커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
306m를 14일 일정으로 나누면 하루 평균 21.8km를 걸어야 하는 제법 만만치 않지만 구간별로 험난한 산악지대나 인가를 찾기 어려운 외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 안배만 잘하면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것이 마치고 난 뒤의 소감이다.
우리는 2019년 6월15일부터 6월27일까지 총 13일간 횡단을 했지만 실제로는 런던에서 출발지인 St.Bees까지 가는 하루 그리고 Robin Hood's Bay에서 런던까지 오는 하루 일정을 감안하면 15일이 소요되고 만약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영국까지의 왕복 3일을 감안하면 단순히 18일이 걸리는 그래서 쉽게 맘먹고 오는 트레킹 코스는 아니다.
게다가 매일매일 숙식을 해결해야 하기때문에 (1일 평균 숙박비 10만원 + 식비 5만원) 하루 최소 15만원 이상이 소요되어서 비용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물론 본인이 텐트와 조리도구를 가져와서 더 저비용으로 걸을 수도 있다.
나는 먼저 6월 중하순으로 횡단 일정을 잡았고 지도를 봐가면서 또 유튜브의 현지인들이 남긴 영상을 참고하면서 숙소를 잡았다. 숙소를 잡고서 하루의 거리를 대략 계산하고 너무 오래 걷거나 너무 짧게 걷거나 하면 다시 숙소를 골라잡는 과정을 거쳐 13일 일정을 잡았지만 이것도 나중에 하루는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잡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간단하게 채비를 꾸렸다.
각각 배낭, 폴(스틱), 고어텍스 자켓, 등산화(트레킹화), 등산모자, 물통, 세벌 정도의 기능성 티셔츠와 팬티 그리고 등산양말, 쉴때 필요한 슬리퍼, 편한 옷 그리고 안내지도만 준비했다. 그리고 현금과 혹시몰라 신용카드를 챙겼으며 고열량 간식은 중간중간 사서 활용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지와 용기와 자신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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