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4일 일요일.
길고 길었던 7박 8일의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의 마침표를 찍는 날.
토레스 델 파이네의 상징과도 같은 삼형제봉 - 우리말로 치자면 남봉, 중봉, 북봉의(Torre Sur - 2,850m, Torre Central - 2.800m, Torre Norte - 2.600m) 일출을 보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도 돌아가는 일정이 남아있다.
새삼스런 일출이지만 삼형제봉까지 와서 그것을 놓치면 아쉽기도 하고 후회할 것 같아서 새벽에 출정하기로 했다.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움직이는 거리가 왕복 기준으로 18Km니까 8시간 걸린다고 가정하면 속도를 좀 내서 올라가면 일출 시간을 맞출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말소리가 벌써부터 일출을 보려고 움직이는 트레커들이 있었다.
이런게 부지런이지.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둠 속을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해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비록 양손에 등산스틱만 들고 걷지만 몸도 무겁고 보이지 않는 산길을 긴장하면서 걸으니 여간 만만치가 않더라는.
엘 칠레노 캠핑장과 토레스 캠핑장을 지나치니 어둠은 저만치 밀려가고 헤드랜턴이 필요 없는 해가 뜨기 시작했다.
이 두곳 중에 하나만 예약이 가능했어도 새벽에 덜 걸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4시간에 걸친 산행 끝에 아침 7시에 드디어 삼형제봉을 마주했다.
열심히 인증 사진을 찍고서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수없이 많은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다 비슷한 구도와 피사체여서 삼형제봉 사진은 위의 사진 한장이면 족하다.
해가 중천으로 올라가기 전에 하산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경남 중산리에서 당일치기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있듯이 여기도 오전에 산을 타서 삼형제봉까지 올라갔다가 오후에 내려오는 트래커들도 있었다.
아마도 인근 주민들은 아닐터이고 주말을 이용해 여행 온 관광객들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숙영지로 돌아오니 정오가 안된 시간.
텐트를 걷고서 배낭을 들쳐 메고 웰컴센터로 이동해서 떠날 채비를 마쳤다.
7박이라는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즐겁게 트레킹을 마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세론 캠핑장을 향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난다니.
비를 맞으며 낯선 길을 한동안 걷기도 하고 미끄러운 눈 길을 조마조마 하며 내려가던 것 그리고 푸르디 푸른 그레이 호수를 옆에 두고 무념에 빠지던 시간들이 머리 꼭대기에서 공전을 한다.
웰컴 센터에서 맥주를 시키면서 피자를 주문했는데 두번 다시 못먹을 기가막힌 피자를 맛보았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가슴 벅찬 감동은 토 정말정말 맛있게 먹었던 피자로 훌륭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덧없는 행복이 밀려오더라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다시 돌아갔다.
내일 엘 칼라파테로 가기 위한 버스표를 예매하고 대여했던 매트와 장갑을 반납하니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 다 되었다.
아름답고 감격스러웠으며 힘들었던 토레스 델 파이네 7박8일 트레킹.
기억의 앨범 속에 저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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