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피츠로이 01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 오늘 날씨는 파타고니아 트레킹 하던 기간 중 며칠 없었던 화창한 날이었음.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서 짐을 다시 꾸려서 10시가 안된 시간에 피츠로이로 향했다.
포인세놋(Poincenot)까지 가서 텐트를 치고서 피츠로이봉을 잘 볼 수 있는 로스 트레스 호수(Laguna de los tres)까지 갔다 오는 하루다. 역시 무사히 완주하길 빌면서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와는 달리 종주를 한다해도 1박2일 아니면 세로 토레까지 간다해도 2박3일 정도로 시간 소요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트레커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잘 만들어진 산길을 탔다.
힘든 구간 없이 무난하다.
숨이 벅차게 올라가는 오르막도 없고 험난하게 이뤄진 내리막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사방으로 두고 걷는다.
한숨 돌리고 싶은 참에 나오는 카프리 호수. 웅장한 피츠로이가 뒤에 떡하니 서있는 풍경이란.
다시 피츠로이로 향한다. 따사로운 햇살을 적당히 막아주는 나무그늘 숲길을 지나치니 관목들과 키작은 풀들이 가득한 평지가 나온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얼마간 걸으니 등장하는 오늘의 숙영지 포인세놋 캠핑장.
도착 시간은 오후 1시경.
포인세놋 캠핑장은 자연친화적일 수밖에 없어 식수는 직접 가져오거나 캠핑장 아래에 흐르는 냇가에서 물을 길어 가져와야 한다. 화장실 또한 편리하게 쓰고 물을 내리는 시설이 아니기에 이런 곳에서는 일을 못보겠다 하는 사람은 생리현상을 참거나 아니면 감내하고 써야 한다는. 이러니 세안이나 샤워는 당연히 개인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한다.
텐트를 치고서 주변에 나뭇가지나 돌들로 적당히 구역을 정리해주고서 피츠로이를 전망할 수 있는 로스 트레스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배낭없이 움직였지만 시종일관 돌들로 이루어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려니 만만치가 않았다.
역시 쉽게 허락하진 않는 피츠로이
그렇게 한시간여를 올랐을까
마침내 마침내 마침내 로스 트레스에 도착했다. 이미 사진 찍기 좋은 곳은 트래커들이 차지했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근 보름만에 처음이라는.
이런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다니. 아이러니.
피츠로이 꼭대기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한참을 앉아서 지켜보다가 구름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바람에 포기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캠핑장에 이른 시간은 오후 5시가 안되었다.
푸마가 간혹 출몰해서 사람들을 긴장케 만든다고 하니 괜히 우리에게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 새벽에 로스 트레스로 간다고 했지만 우린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다만 여기서 충분히 '불타는 고구마'를 볼 수 있으니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라며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하루를 정리했다.
1877년 이 곳을 찾아온 아르헨티나 탐험가 프란시스코 모레노(Francisco Moreno)가 비글호의 선장 피츠로이를 기리기 위해 그렇게 명명했다고. 피츠로이는 해발 3,375m로 파타고니아 지방 안데스 산맥에 위치해 있으며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일부를 이룬단다.